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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 안혜진
2019-02-09 01:51 조회수 2162

01.전개

2월에 처음 학원에 들어갈 때만 해도 수능이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졌는데 어느새 끝나버린 일 년을 되돌아보면 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느낍니다. n 수를 결정하고 나서 전체적인 학업 계획을 짤 당시, 저는 최대한 기숙 학원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숨통을 죌 듯이 빡빡한 스케줄에 제가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은 인간관계였습니다. 나의 공간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 종일 같이 얼굴 맞대고 지내다 보면 예민한 시기인지라 거슬리는 점도 많을 것이고, 여자 친구들끼리의 감정싸움이 학업에도 영향을 미칠 테니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어머니가 절 놔두고 가는 걸 걱정하실 만큼 온몸을 벌벌 떨며 긴장한 채로 입소했습니다.

그런데 긴장한 것이 무색할 만큼 얘기가 잘 통하는 룸메이트를 만났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독학 학원의 특성상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스스로 학습해야 하는 시간이 지배적이어서 친구들과 부딪힐 일이 적었고, 과장님께서 학생들 개개인의 감정 상태와 컨디션을 항상 옆에서 지켜봐 주시고 먼저 챙겨주셔서 걱정했던 큰 갈등은 없었습니다.

 

02. 위기

그보다 오히려 예상치 못하게 힘들었던 점은 공부 계획을 짜는 일이었습니다. 학원 생활 초기에 원장님, 각 과목별 선생님, 그리고 전반적인 학습 조언을 해주시는 선생님까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계획도 세워주시고 몇 차례 상담도 해주셨지만, 그걸 실천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넘치는 의욕으로 책상 앞에 앉아도 자꾸만 잡생각이 들고 잠이 와서 진도를 나갈 수 없었습니다. 제가 가졌던 ‘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제대로 하기만 하면 서울대쯤은 정문 부수고 들어간다’는 자신감도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자존감이 바닥을 쳤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다들 잘하고 있는데 저만 뒤처지고 있고 저만 불안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학원을 들어온 첫날부터 6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치는 날까지는 거의 매일을 울었습니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편지를 보면서 울고, 원장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울고, 밤에 혼자 산책을 하면서 울고, 등비급수의 활용 문제를 풀면서 울고, 자기 전에 2층 침대의 매트리스 바닥을 내려다보며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진작 공부를 하지 않은 지난날들이 후회됐고,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딸이어서 부모님께 죄송했고, 그런 와중에도 공부를 열심히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했습니다. 제가 꼭 이 세상에서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인생의 실패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학원에서 관리해주는 대로 계속 앉아있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느 날은 공부를 하나도 못해서 말할 수 없이 절망적일 때도 그 다음날 울면서 또 앉아서 버텼습니다. 그렇게 한두 달은 머릿속에 제대로 뭐가 들어온다는 느낌도 없이 앉아있는 훈련만 했습니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글자가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03. 절정

수능에서 중요한 것은 공부하는 습관입니다. 사실 습관을 만드는 것은 공부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도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마주하게 될 모든 일에는 결정적인 고난의 순간이 있는데, 인내하는 훈련만이 습관을 만들고 그 습관이 고난의 순간을 헤쳐나갈 힘의 원천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훈련에 최적화된 곳이 저는 독학 기숙 학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생활습관을 잡아주고 인터넷과 이성친구를 차단해주어서 제가 스스로 공부하는 훈련을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수능에서 습관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계획입니다. 이 세상에 비슷한 사람은 있지만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처럼 60만 수험생의 공부 방법은 60만 개가 있어야 정상입니다. 자기에게 맞지 않는 방법으로 공부를 하다 보면 공부가 지겨워지고 그럼 결국 하지 않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연달아 여러 과목의 수업을 듣고 모든 수업이 끝난 후 각 과목을 복습하는 재수 종합학원 시스템과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본 결과, 다소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제 성격에 맞게 하루를 한 과목이나 많아도 두 과목에 ‘몰빵’ 하는 계획이 효과적임을 발견했습니다. 크게 한 과목의 두 단원 정도를 목표로 잡고 큰 틀을 먼저 대충 익히고 세부적인 내용을 암기하면 하루를 마무리할 때 훨씬 조직적으로 정리가 되어서 제대로 공부했다는 뿌듯함이 들곤 합니다. 선생님들은 이런 방법을 추천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주변의 조언을 고려하되 자신만의 방법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면 안 됩니다. 어차피 공부는 남이 해주는 게 아닙니다.

 

04. 결말

마지막으로 수험 결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긍정적인 태도입니다. 수험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을 제일 괴롭게 하는 게 친구들도, 학습 환경도, 건강도 아닌 자기 자신인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대학 간판이라는 건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똑똑한 교육부 어르신들이 이런 뭣 같은 수능 제도를 만든 이유는 아마 줄 세우기 위함이 아닐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의 가치를 모의고사 점수 따위로 판단하는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보아야 합니다.

수능을 통해 우리가 얻기를 바라는 게 과연 무엇일까? 저는 수험생활을 통해 얻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얻었고, 삶의 고난에 피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얻었고, 저도 모르는 제 자신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제 인생을 갉아먹던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저를 향한 가족들의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깨달았고, 무너져있던 신앙을 회복했습니다.

그리고 성적표라는 한 장의 종이 쪼가리에는 도저히 다 담기지 않을 값진 경험들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수능이 다가올수록 마음을 비우고, 다 잘 될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사소한 일에도 감사했더니 쪼가리가 될 뻔했던 성적표도 나름 봐줄 만하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또 감사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하게 한 아름다운 자연 속의 학원 캠퍼스와 물심양면으로 저를 도왔던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런 수많은 감사한 경험들이 저만의 것이 아닌 모든 수험생의 것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에듀셀파를 추천합니다!